피그야는 원래 제가 제일 좋아하던 식당, '꿀돼지'가 있던 자리에요.

팬데믹을 지나며 사정이 어려워져 문을 닫은 지 오래라, 늘 마음 한켠이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같은 삼겹살 전문점이, 인테리어만 더 깔끔하게 바뀌어 그 자리에 다시 생겼더라고요. 내심 기대를 했죠.

다만 늘 줄이 길어서, 하루 날을 잡아 미리 예약하고 다녀왔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솥뚜껑에 삼겹살과 김치, 콩나물을 함께 구워 주고, 동그란 선술집 상도 그대로였어요. 제가 그리워하던 그 분위기, 그 맛이었거든요.

오늘은 혹시 처음 가 보시는 분을 위해, 후회 없는 주문을 도와드릴게요.

한눈에 보기

  • 🍽️ 맛: ⭐⭐⭐⭐½
  • 🪑 분위기: ⭐⭐⭐⭐☆
  • 💵 가격: ⭐⭐⭐☆☆
  • 🤝 서비스: ⭐⭐⭐⭐½
  • 한 줄 총평: 고기를 직접 구울 자신이 없거나, 실패 없이 맛있게 먹고 싶은 날 추천. 가볍게 한 끼 때우는 자리로는 조금 부담.

고기를 대신 구워 주는, 돼지고기에 진심인 집

Pork belly grilling at Pigya, a Korean BBQ in Koreatown LA
Samgyeopsal with bean sprouts and kimchi on the cast-iron lid at Pigya

피그야는 LA 코리아타운 8가에 있는 돼지고기 전문 한국식 바비큐예요.

이름처럼 '돼지(pig)'가 주인공이고, 삼겹살·항정살·돼지목살·차돌에 와규 소고기까지 갖췄습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럭셔리한 바비큐 식당이 아닌데도 직원분이 옆에서 고기를 다 구워 주신다는 거예요. 운치 있는 선술집 동그란 상에, 커다란 솥뚜껑 위 넓은 자리에서 구워지니 여유롭고 편하게 먹을 수 있고요. 물론 맛도 좋습니다.

세트도 좋지만, 맛만 즐기고 싶다면

Pork belly and kimchi on the grill at Pigya, Koreatown LA
Pork belly and kimchi on the grill at Pigya, Koreatown LA

피그야에는 콤보 세트가 있어요. 식사 뒤에 라면이나 볶음밥이 함께 나와서, 한 번에 푸짐하게 즐기기 좋고요. 그룹으로 와서 이것저것 여러 종류의 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하지만 저의 강추는 조금 달라요.

여러 가지 맛을 다 보는 것보다, 정말 맛있는 것만 즐기고 싶은 날이라면 삼겹살과 새우구이를 단품으로 따로 주문해 보세요. 제 입에는 이 두 가지가 피그야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거든요.

굽기 전부터 결이 살아 있는 생삼겹살.

삼겹살은 엄청 두툼한데도 느끼하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해요.

새우구이는 껍질째 구워 살이 탱탱하고 달큰해지는데, 그것도 직원분이 껍질까지 다 벗겨 먹기 편하게 해 주세요. 두 분이라면 삼겹살만 1인분 시켜도 양이 많아 든든하지만, 세 분 정도 오신다면 새우구이를 곁들여 보세요. 색다른 삼겹살과 새우구이의 조화가 만만치 않게 특별하거든요. (사장님 말씀으로는 LA에서 제일 큰 새우를 구해 오셨대요.)

Samgyeopsal with bean sprouts and kimchi on the cast-iron lid at Pigya
피그야 나무 도마에 담긴 생삼겹살과 고기 모둠 - **Alt (EN):** Fresh raw pork cuts on a wooden board at Pigya
Thick-cut pork belly searing on the round grill at Pigya, Koreatown LA

고기를 다 먹고 나면, 그 불판에 김치볶음밥이나 라면을 따로 시켜 마무리해도 좋아요. 보니까 미국 젊은 친구들은 김치볶음밥 위에 피자처럼 채 썬 치즈를 잔뜩 올려 같이 먹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기름이 밴 불판에 밥을 넓게 펴 누룽지처럼 눌러 주는데, 이 바닥의 바삭한 부분이 별미예요. 라면은 '해장 라면'이라는 이름답게 콩나물까지 들어가 얼큰하게 속을 풀어 줍니다. 식당 부엌에서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잘 맞추는지, 절대 불지 않고 딱 먹기 좋은 타이밍에 나와서 쫄깃한 면발 그대로예요. 한국 라면 전문점 솜씨더라고요.

Samgyeopsal with bean sprouts and kimchi on the cast-iron lid at Pigya

사실 제가 매번 진짜로 기다리는 건 따로 있어요.

바로 후식으로 먹는 열무물국수예요.

저도 열무국수 맛을 보기 전까진 늘 라면으로 후식을 골랐는데, 요새는 무조건 열무물국수입니다. 아무래도 라면보다 집에서 쉽게 먹기 어려운 메뉴라 더 그런가 봐요. 새콤달콤한 국물에 면은 완전 쫄깃쫄깃, 기름진 고기 뒤에 한 그릇 비우면 입안이 싹 정리되는 기분이에요. 아주 맛있습니다. 고기 좋아하는 분도, 마무리는 이 시원한 국수로 하시길 권하고 싶어요.

🎥 피그야 방문 영상으로 보기 | Watch the Visit

글로 다 담지 못한 피그야의 분위기와 음식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세요. The atmosphere and food at Pigya — in real life, in motion.

좋았던 건, 그리고 조금 아쉬운 건

A table spread with meat , banchan, soju and beer at Pigya Koreantown , LA

Meat, banchan, and cold drink-an easy evening to share

좋았던 건 역시 굽는 수고를 덜어 주는 서비스, 그리고 단품으로 먹었을 때 또렷한 고기와 새우의 맛이에요. 반찬도 부족하지 않게 챙겨 주십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인기가 많은 만큼 저녁 시간대엔 사람이 많아요. 공간이 탁 트인 형태라 사실 좀 시끌시끌하고요. 예약을 안 하면 주말엔 대기조차 안 받을 정도라 많이 기다리셔야 합니다. 저도 예약 못 하고 간 날엔 두 시간을 기다려 먹은 적이 있어요. 지나가다 봐도 문 앞엔 늘 줄이 보이더라고요. 요즘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주말엔 예약 필수예요. 가격은 프리미엄 돼지고기 전문점이라 아주 가벼운 편은 아니지만,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느꼈어요. 가볍게 한 끼 때우는 자리보다는, 마음먹고 즐기는 날에 어울립니다.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 예약은 미리. 저녁과 주말은 붐벼요. Yelp와 Google 예약을 추천해요.
  • 주차는 발렛을 이용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 가성비 팁: 인원이 적다면 콤보 대신 삼겹살·새우구이를 단품으로 시키고, 마지막에 볶음밥이나 국수를 더하는 구성이 알차요.
  • 굽기 부담 없음. 직접 구울 자신이 없어도 직원분이 도와주시니 편하게 가셔도 돼요.

📍 위치 및 정보

  • 주소: 3400 W 8th St, Los Angeles, CA 90005 (코리아타운)
  • 전화: (213) 322-2588
  • 영업시간: 월–목 5:00pm–11:00pm / 금 5:00pm–12:00am / 토 12:00pm–12:00am / 일 12:00pm–11:00pm (방문 전 확인 권장)
  • 가격대: 콤보 세트 $68–$98 (피그야 올포크 $68/$88, 포크규 $78/$98), 단품 주문 가능
  • 주차: 발렛 가능 · 예약: 권장

두툼한 솥뚜껑 삼겹살, 선술집 스텐 동그란 상… 한국에서만 누릴 수 있던 그 문화를, 이제는 LA 한인타운에서 미국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 낭비가 아까워지고, 입맛은 그리운 옛 맛을 찾으면서도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만나는 친구는 조금씩 줄어들죠.

그래도 오늘, 오래 못 봤지만 잠깐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친구가 한 명이라도 떠오르신다면, 혹은 늘 보는 남편과 데이트하듯 한잔 짠— 하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면, 한번 들러 보세요.

여러분만의 '이렇게 먹으면 제일 맛있다' 조합도 댓글로 들려주세요. 다음 코리아타운 맛집 이야기로 또 찾아올게요.